가만히 좋아하는
가끔 카페나 음식점 정보를 올린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면 어리둥절해진다. 아주 좋은 곳을 발견했는데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며 사진과 글을 올린다. 나만 알고, 나만 가고 싶은데, 누구나 검색하면 볼 수 있는 공간에 '굳이' 글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단순히 그날을 기록하기 위해 비공개 설정으로 올린다는 걸 깜빡하고 공개 설정한 걸까.
맘에 드는 카페나 음식점을 발견하면 블로거들이 이곳만큼은 찾아내지 않았으면 싶다. 주인 입장에선 큰일 날 소리로 들리겠지만. 블로그 홍보가 지속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모둔 주인들이 블로그 홍보를 원하는 건 아니겠지만.
지난 주말에 갔던 어느 건물 4층에 있는 카페. 내가 좋아하는 동네, 넓은 테이블, 적당한 음량으로 흘러 나오던 피아노 연주곡, 한쪽 벽을 차지한 기다란 창문. 맘에 쏙 들었던 창밖 풍경, '테라스'다운 카페 테라스, 테라스와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맞바람. 그 바람이 내 살을 어찌나 간질이던지. 다른 손님도 없었다. 혹시 우리가 그날의 첫 손님이자 마지막 손님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다행히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카페는 아니나(아마도?) 쉽게 사라지진 않겠구나,하고 나름 안심하기도.
이건 공개 설정으로 올리는 글이다. 방문자도 없는 블로그니까. 카페 이름도, 위치도 남겨두지 않을 거니까. 사진은. 히히히.
이 사진만 보고도 어딘지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면 꽤 반가울 것 같다.
잔디밭에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거 참 오랜만이다. 아니, 지구를 등지고 구름을 바라보는 것인가. 캠핑장에서부터 질주해 콧속으로 무자비하게 흘러 들어온 고기 냄새, 야구며 캐치볼 하며 떠드는 소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 속에서 온몸에 힘을 빼고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엎드려 책을 읽고 있으니 온갖 벌레들이 책 위로 야무지게 기어 올라온다. 숨죽이고 가만히 지켜보다가 후- 불어버린다. 진드기 같은 것들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퉁기기도 하고, 개미가 다리를 기어 올라오면 후두둑 털어버린다. 책에서 바퀴족 그림을 보고 있으니, 온 몸이 괜히 간질거리다가도 바퀴족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보니 통쾌하다가도 뜨끔하다.
곧 주문한 치킨 배달이 왔고, 페트병에 담긴 맥주를 종이컵에 따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