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 번째 수업_수다스러운 후기

chachai 2013. 8. 28. 03:52


처음 글쓰기 강의안을 보고 '욕망'이란 키워드에 눈길이 갔어요. 떠오르는 '무엇'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할 말 많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잡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럴 때면 제가 잘하는 짓, 사전 검색을 했어요.


[욕망] :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하게 바람. 또는 그런 마음.


'부족을 느껴'까지는 해당사항이 참 많은데 '간절하게'에서부터 막히더군요. 부족한 건 참 많아요. 가지거나 누리고자 하는 것도 많지요. 그런데 그 앞에 '간절하게' 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렇다면 간절하진 않더라도 가지거나 누리고자 하는 것에 대해 써보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딱히 뭔지도 모르겠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절망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니고요. 좀 세속적인 욕망들이었지만 어쨌든 뭔가를 강하게 욕망하던 때도 있었죠. 그런데 정말 나의 욕망인 건지, 타인의(혹은 타인에 의해 생성된) 욕망인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자신의 욕망을 욕망하라' 뭐 이런 문구를 포스트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여놓기도 했었는데 말이죠ㅎㅎ) 

내 것 아닌 욕망의 부질없음(?)을 알아버렸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제풀에 꺾여버렸다고 해야 할까요.


저랑 세미나를 같이 하는 분 중 '젊은 사람들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해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는 분이 있어요. 맞는 말씀, 좋은 말씀인 거 아는데 들을 때마다 심란해요. 저런 한 마디에 용기를 얻고 '그래,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 하면 좋겠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가버려요. '그런데 내가 뭘 하고 싶지?' 꽤 오래 이런 상태로 지내고 있어서 좀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 강의안을 다시 읽으니, 좀 뜬금없는 거 같지만 내가 '뒷심'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뒷심이 있어야 끝까지 달라붙어 파고들고, 해석하고, 의미화하고. 그래야 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뭘 원하는지도 알고 그럴 텐데 말이죠? 

뭐든 해봐야 원하는지 아닌지 알게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수업시간에 은유샘이 말씀하셨던 10년을 해보니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알겠더라는 분처럼... (맞나요?)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엄청나게 소심하고 믿을 수 없게 겁이 많은 인간이었구나, 깨닫고 있는데.

어쨌든 저는 <자기 생각을 바닥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는 '두려움'의 실체>를 좀 파헤쳐 봐야겠어요.




     "종이 위에 자신의 열정과 별난 생각을 즐겁게 펼쳐 놓는 작가들을 보라. 

         소심하지도 않았고, 입장을 애매하게 흐리지도 않았다. 

     독자에게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리지도 않았고 누구에게 아첨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 작가가 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 판단을 버려라. 그것은 시대가 네 몸을 통해 판단한 것이다."




  +



예전에 고종석이었나, 

담배 들고 있는 이 사진 속 김승옥은 어느 외국 작가 못지않은 아우라를 품고 있다고 했는데ㅎㅎ

(그 외국작가가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책꽂이를 찬찬히 살펴 보니 카뮈였던 거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