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며칠 전의 손톱
chachai
2013. 11. 19. 11:33
"우와. 손톱 많이 길렀다."
"응. 엄청난 인내의 결과지."
1cm도 안 되는 손톱을 기르는데도 나에게는 '인내'라는 단어가 필요했다. 속수무책의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나의 불안과 정신적 나약함과 슬픔과 우울을 절대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고작 손톱 기르기뿐이라니. 어쩌면 이 손톱은 알량한 내 자존심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나의 '극복'을 축하해주었지만 나는 아무 것도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런데 엄지손톱만 짧은 거 보니, 그것만 계속 뜯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