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초조한 마음>

chachai 2014. 5. 28. 08:45


그러나 정작 나를 감동시킨 것은 에디트의 손이었다. 희미하게 핏줄이 드러나 보이는 그녀의 가녀린 손은 담요 위에 살며시 포개져 있었다. 부러질 것처럼 가느다란 손목에 뾰족하게 다듬어진 손톱은 푸르스름한 창백하고 힘없는 손이었다. 비둘기나 토끼와 같은 작은 동물을 쓰다듬어줄 힘밖에 없어 보이는, 무언가를 붙잡기에는 너무나도 약해 보이는 그런 손이었다. 어떻게 이런 연약한 손으로 현실의 고통에 저항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이런 손으로 무언가를 쟁취하고 지킨단 말인가? 나는 고삐를 한 번 낚아채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고집 센 말도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는 단단한 근육질의 내 손을 생각하자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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