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4

chachai 2015. 1. 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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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오전에 교대역 근처에서 회의. 나는 끝나는 시간 맞춰 근처에서 도사리다가 함께 서래마을로 이동했다. 

목요일 1차 연봉협상(을 가장한 통보), 금요일 2차 연봉협상 후 나름의 성과를 K에게 보고하고 싶었으나, 그날은 '우아하고 

심플한' 꽃다발을 사서 K 친구 생일잔치 겸 모임에 가느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물론, 경리단길 어느 골목에 있는 LP바

골목에선 거의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요란한 곳에서 나누기엔 중요한 사안(?)인지라. 

내 멋대로, 그러나 K도 좋아할 것이 분명한 메뉴를 정해 미리 식당 예약도 해놨다.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시절, 월급 들어온 날이면 혼자 회전초밥 먹으러 가는 사치를 부리곤 했다. 이번 연봉협상 성공하면 초밥 먹으러 가자고 미리 얘기도 해놨던 터. 후후

식당 도착할 때까지 뭐 먹으러 가는지 얘기 안 해준다고 하니까, 자기도 일부러 안 물어보고 있단다. 귀여워... 


스시 효 예약해두었다가 급변경한 이곳은 문 연지 오래 되지 않은 곳인데 음식도 가격도 괜찮았다. 보통 스시집에서 나오는 우동은 매우 별로인데, 걸죽한 국물의 우동도 맛있었고. 화요21도 한병 시켜서 남으면 여느 때처럼 가방에 넣어가려고 했는데, 처음으로 남김없이 홀짝홀짝 마셨다. 


동정, 연민, 욕망, 치졸, 치욕, 거짓, 진실 등 온갖 것들이 뒤엉킨 채 기승전결을 이룬 연봉협상 과정을 들려주며 제대로 낯술했다. 이런 이야기할 때마다 열심히 들어주는 것도 고맙고, 늘 나보다 더 좋아해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이 있어 기쁘다. 

술 마셔도 얼굴에 변화가 없는 나도 오랜만에 빨개졌다. 안주를 (어느새 초밥이 안주가 된...) 배 부르게 잘 먹어서 취기 없이 반포역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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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과천과학관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 그 전에 미술관에 들러 젊은 작가 모색전을 보기로 했다. 나는 슬픈 기억이 있어 코끼리 열차를 탈 수 없기에 조금 쑥쓰러웠지만 미술관까지 리프트를 타고 갔다. 마침 날도 푹했고. 현대미술관 정류장(?) 표지판에 케이블카 였나, 리프트였나, 곤돌라였나 어쨌든 '케이블카(삭도)'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우리 둘 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검색해 보니 끈 삭索, 길 도道. 밧줄이라는 뜻, 그리고 '하늘 찻길'로 순화한 가공삭도라는 뜻이 있다. '공중에 설치한 강철 선에 운반차를 매달아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나르는 장치' 후후. 재밌는 단어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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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부터 무척 기대했던 윤향로 작가 작업을 눈 여겨 봤고, 오민 작가의 영상에 완전 홀려버렸다. 통제된 상항(상황 자체는 연출인데 무척 자연?스럽다고 할까)에서 오는 긴장과 강박의 영상. 연출은 물론, 화면 편집에서조차 긴장과 강박이 느껴졌다.

긴 영상은 아니었지만 미술관에서 영상을 집중해서 보는 건 드문 경험. 


전시 세트(?) 표를 끊었기에 김백기 전시까지 이어 봤다. 갑자기 칙칙함이 몰려 들었지만 잔꾀 부리지 않은 구상-추상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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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역까지 걸어 가면서 기린나라 키즈 카페를 보니 요즘은 어린이 관련 모든 기관과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 '키즈'라고들 하지. 




대공원 역에서 나를 배웅하는 K. 뿌룽. 








일요일엔 자그마치. 

하트가 뽀글뽀글 끓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