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장갑

chachai 2015. 1. 26. 20:31


          

          지하철 탄 뒤 여섯 정거장이 지나도록 장갑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지날 때마다 지하철은 사람들로 채워졌다. 

          여섯 정거장이 지나도록 장갑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무심하게 지하철로 들어서고, 무식하게 누군가를 밀치는 사람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때론 유연하게 장갑을 밟지 않고 지나쳤고,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나는 아홉번째 정거장에서 내렸다. 이미 장갑의 존재를 잊은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