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어색하다
실컷 웃고 나니, 눈물이 나도록 웃고 나니, 내가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더라. 누구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 ‘인간의 불행’에 더 익숙했기에. 내가 이렇게 웃고 있어도, 잠시라도 아, 하는 행복한 탄성을 내질러도 되나 싶다. 행복이란 단어도 치유나 희망만큼 오염되어 있기에 쓰고 싶지 않은 단어 중 하나지만, 곧잘 빠지곤 하는 어떤 슬픔의 정서 반대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단어를 조심스레 사용한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행복이 뭐 대단한 어떤 것도 아니기에. 질길 줄 알았던 고기가 부드럽게 씹히며 목구멍을 넘어가는 그 찰나,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빵 터지는 이야기를 하는 그 찰나, 누군가 다정한 한 마디 말을 건네던 그 찰나, 팔꿈치가 부딪치던 그 찰나, 손끝이 스치던 그 찰나, 그 찰나의 순간들이다, 나에게 행복은. 그리고 웃을 때만 생기는 주름들이 금방 스스르륵 펴질 때의 그 찰나, 그 순간. 나는 내가 어색해진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불안한 상태에선 끊임없이 안정을 쫓고, 안정된 상태가 되니 또다시 불안이 없어 불안하다. 안정된 상태는 아니고 안정궤도에 진입하는, 이제 막 안정궤도가 보이기 시작하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생각날 때마다 날 저릿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고, 불과 며칠, 몇 주 전만해도 눈앞에 없던 사람이 눈을 감아도 존재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 내 감정의 변화 또한 적잖이 당황스럽고 어색하다. 나쁘지 않은 변화이지만 그래서 두렵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 앞에 또다시 속수무책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