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힘없이 에디트의 팔 위에 머물러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방의 공기만큼이나 시간도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곧 그녀의 근육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에디트는 나를 쳐다보지 않은 채 오른손으로 내 손을 서서히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왼손까지 합세해 양손으로 나의 커다랗고 무거운 손을 부드럽게 움켜쥔 채 조심스럽게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 어린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꼼짝없이 붙잡힌 내 손바닥 위를 이리저리 스치듯이 움직이더니 조심스럽게 손목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쓰다듬으며 올라갔다. 그녀의 손가락은 내 손가락을 안에서 밖으로, 다시 밖에서 안으로 쓰다듬으며 손가락 모양을 따라 움직였고, 단단한 손톱에 이르자 처음에는 깜짝 놀란 듯 멈추더니 다시 손톱을 더듬거리고는 혈관을 따라 다시 손목으로 내려갔다. 그런 식으로 그녀의 손가락은 내 손 위를 부드럽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은 감히 손을 꽉 움켜쥘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내 손을 탐험하고 있었다. 마치 미지근한 물이 손을 적시듯이 에디트는 가벼운 손길로 내 손을 애무했다. 나는 에디트의 손길에서 경외심과 천진난만함,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 사랑에 빠진 여인은 내가 건네준 손을 쓰다듬으면서 온전한 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의 접촉을 더 즐기려는 듯 에디트의 머리는 의자에 깊숙이 가라앉았다. 마치 잠을 자듯, 꿈을 꾸듯 그녀는 눈을 감고 입술을 가볍게 벌린 채 누워 있었다. 에디트의 가냘픈 손가락이 끊임없이 내 손을 손목에서부터 손끝까지 쓰다듬으며 행복에 젖어 있는 동안 완전한 휴식에 빠진 듯 그녀의 얼굴은 편안해지고 환하게 빛났다. 에디트의 손길에는 그 어떤 탐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침내 내 몸의 일부를 잠시나마 소유할 수 있고 무한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소리 없는 감격과 행복감만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어떤 여인과의 포옹에서도, 아무리 열정적인 포옹에서도 이때의 장난스러운 손가락 애무보다 더한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경험은 일반적인 시간 개념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에디트의 수줍은 손길에는 나를 마비시키고 매혹시키고 최면에 걸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얼마 전의 열정적인 키스보다도 나를 더욱더 흥분시키고 흔들어놓았다. 나는 여전히 손을 빼낼 기력이 없았다. ‘내 사랑을 허락만 해주세요.’ 에디트가 편지에 쓴 글귀가 떠올랐다. 마치 꿈을 꾸듯 나는 살갗부터 신경에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잔잔한 손길을 즐겼다. 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에게 내 손을 맡기면서도 이처럼 무한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당황스러움과 수줍음, 난처함과 전율 외에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의식적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경직되어 있는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어졌다. 그녀의 손길을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에디트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수줍은 숨결처럼 따뜻하게 내 손 위를 움직이는 것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단지 내 손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죽은 듯이 그곳에 놓여 있다는 사실과 그 손을 쓰다듬고 있는 사람이 내 삶에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혔다. 반쯤 졸고 있는 상태에서 성탑의 종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것처럼 나는 어떤 식으로든 응답을 해야 한다는 것을 희미하게 깨닫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든지 아니면 받아들이고 이에 응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럴 여력이 없었다. 나는 이 위험한 게임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근육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디트가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라며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민한 그녀는 내가 손을 빼내고 있다는 사실을 나보다도 먼저 알아차리고는 깜짝 놀란 듯 내 손을 단번에 놓아주었다. 에디트의 손가락은 시들어버린 것처럼 내 손에서 떨어져나갔고, 그 순간 살갗에서 느껴지던 잔잔한 열기도 함께 사라졌다. 나는 당혹감을 숨기며 내버려진 손을 추슬렀다. 에디트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고 입가도 어린아이처럼 뾰로통해지면서 다시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슈테판 츠바이크 <초조한 마음>, p362-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