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냐의 성에 대한 태도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어릴 적 기억과 성장과정
"내가 너무 어려서 누구한테 그런 얘기를 할 엄두를 못 냈던 기억만 확실해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벌을 받을까봐 아주 무서웠던 기억만 나요."
그녀가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사이, 집 아래 빵가게 아저씨의 아들이 소냐의 옷을 벗기고 몸 위에 올라탔다. 그러나 자세한 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 강요된 상황의 장면이 각인되어 무력하게 끌려 다니는 역할을 감수하는 쪽으로 모종의 작용을 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신체의 변화와 함께 제 2차 성징이 나타날 때 그녀는 아는 것이 없었기에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물어볼 수 없었다. 학교에선 벌거벗은 여자들 사진을 돌려보는 남자아이들 때문에 상처받았고, 열아홉 살이 되면서 부턴 샘을 내고 겨루는 식으로 변질된 여자아이들이나 언니 때문에 상처받고 외로웠다.
2. 대학에서 여자(여학생)로 산다는 것의 의미
1966년 학생운동 시작하면서부터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맞서서 저항할 수 있다는 감격을 맛 보았다. 결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아니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도덕을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첫 경험을 한다. 고통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려니 생각하고 관계를 맺는다. 대입 수능고사를 볼 무렵 체중은 70킬로에 육박했고, 피임약 복용으로 인해 맞는 브래지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도 커졌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졌다.
"여자들한테 외모에 대한 압력이 정말 기가 막혀요. 그건 결코 막연한 자격지심이 아니라 무서운 현실이에요."
유방 축소 수술 후 그녀는 첫 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대학에 대한 두려움도 차츰 가라앉았다. 하지만 좌파를 자처하며 혁명을 말하면서, 여자에 대해선 철저한 종속을 요구하고 대접받을 생각을 하는 남성들에게 점점 신물을 느낀다.
처음, 그리고 아직도 유일한 '진짜 사랑'에 빠진 남자와는 섬세하고 부드러웠고 가치관도 비슷해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을 시작했지만 그건 객관적으로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소냐는 독립된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남들에겐 그냥 여자 친구로만 보였고, 성관계에서도 처음엔 무척 희망적이었지만 그는 결국 남자 행세를 하며 다른 이들과 똑같이 굴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쓸데없이 까탈을 부리고,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3. 그녀는 지금 과도기에 있다 - 백 마디 말보다는 한 가지 실천
미쳐버리지 않으려면 뭔가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정말 존재의 문제일 경우 그녀는 과감히 행동에 옮겼다. 이런 사정을 다른 여자들과 함께 논의 했다.
"그게 나한테는 큰 도움이 된 셈이에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하고 똑같은 문제를 가진 여자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동병상련으로 만나다 보니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결속감 같은 게 생겼어요."
남자에게 벌을 주는 것 보다 나의 권리를 지킨다는 점을 명백하게 했다. 이른바 '사양기법'이었다. 백 마디 말보다는 한 가지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 변화된 상황을 남자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불안하지만 놀이를 하듯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녀는 여자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를 좀 냉철하게 이해하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각자의 성격적인 문제이고, 두 번째는 그걸 극복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거예요."
현재 소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남자와 동거를 정리하고 여자 셋이 모여 사는 집으로 입주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더 이상 함께 자는 일은 하지 않는다. 최근엔 어떤 여자와 애매한 성관계를 가지고 바로 헤어졌지만, 여자하고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소냐는 삶의 어떤 과도기에 있다. 최근 만나기 시작한 남자친구와는 서로의 몸을 섞지 않는다.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진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서로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분명한 건 딱 한 가지, 내가 여태까지 잘못했던 부분, 그건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거지요."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0) | 2013.02.09 |
---|---|
2012 공간의 기억 (0) | 2013.02.09 |
詩세미나, 송년의 밤 (0) | 2012.12.28 |
나는 내가 어색하다 (0) | 2012.12.19 |
내 혀는 아직 따뜻하다 (0) | 2012.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