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낮에 땡땡이치고 오랜만에 연구실 일찍 도착. 가방만 내려놓고 노트북 들고 도로 나왔다. 날씨가 좋아 한낮 햇빛을 받고 싶었고 무엇보다 '밝은'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해방촌이라는 동네에는 진작 마음을 내주었는데 연구실 공간만큼은 여전히 어색한 탓도 크겠다. 노트북과 연구실 무선 인터넷 호한도 되지 않고. 


연구실 이사 뒤 가장 아쉬운 건 커피(삼선동 연구실은 카페와 공간 공유). 누군가 추천했지만 별 기대 않고 갔던 근처 콩밭 카페는 이런 표현 진부하지만 보석 같은 곳이다. 커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 까다로운 커피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가본 카페 중 커피 맛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나머지 두 손가락에 드는 곳을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가본 카페보다 안 가본 카페가 훨씬 많으니 그냥 비워두겠다. 하하.


나는 신맛이 강한 커피를 좋아하는데 콩밭 드립커피는 신맛이 강하기보다 묘하게 감도는 게 신맛신맛이 꼬리를 물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계속해서 천천히 회오리치는 느낌이랄까.


       

      (내가 보기에도 어처구니없지만 대충 이런 느낌?;;)

 


어쨌든 세미나나 수업 때문에 주로 테이크아웃을 하는 편인데 콩밭 커피는 커피 잔에 마시지 못하고, 종이컵에 담아 그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에 억울할 때가 많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니 혼자 좋아하고 맛있어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고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걸 보니 콩밭 커피 맘에 쏙 들긴 했나 보다. 




너는 나의 당이다



다방커피나 캐러멜, 바닐라 라떼 같은 달착지근한 커피는 안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 당이 부족한지 자꾸 달달한 게 생각난다. 그래봤자 카페라떼 정도인데 우연히 친구가 마시던 월남라떼 한 모금 마셔보고 반해버렸다. Vietnamese condensed milk 베트남에선 설탕이나 프림 대신 연유를 넣는단다. 카페 스어 농Cafe Sua Nong. 커피를 뜻하는 cafe, 연유 sua(sua ong tho의 약어), 뜨겁다 nong. (베트남 원두로 내린 커피인지는 모르겠네)






아아, 어쨌든 토요일 한낮의 따땃한 햇볕을 받으며 창가자리에 앉아 월남라떼를 마시고 있으니 작업도 잘 되더라. 열심히 글 쓰다가, 몸에 힘을 쭈욱 뺀 채 딴생각하며 음악 듣고, 그러다 다시 글 쓰고. 조금 답답해지면 문 열고 나가 테라스(라고 말하긴 조금 쑥쓰러우나)에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달달해진 입안은 쌍화차로 마무리. 찐한 쌍화의 맛이 역시 천 원짜리 광동 쌍화탕과는 다르구나. 그런데 서울 안에서 노른자 동동 띄어주는 쌍화차 파는 곳은 없으려나. 콩밭 매는 아낙네는 개인적으로 노른자 띄운 쌍화차는 입맛에 안 맞는단다. 오히려 커피에 노른자 띄어 마시는 게 의외로 괜찮았다고. 커피나 쌍화차나 나는 마셔본 적이 없으니 궁금하기만 할뿐이다. 쌍화차에 노른자 동동 띄어 파는 곳을 꼭 찾아주겠다고 했던... 하하.. 집에서 혼자 광동 쌍화탕에 뜨겁게 재탕한 뒤 내가 직접 추출한 노른자 띄어 마시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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