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몰랐던 것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 류의 아주 진부한 깨달음을 얻고 있는 요즘이다.
어제는 2주 만에 푹 잤다. 아침에 k 만나서 브런치 먹으러 가는 길 왜 이렇게 들뜨던지. 잠을 충분히 잘 잔 것만으로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다고 신나서 떠들었다. 인간의 정신과 몸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잠과 음식인 것 같다고. 글쓰기 수업 끝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불 끄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조금 넘은 시간. 내일은 일요일. 부지런 떨 필요가 없음에도 '집 도착-씻고-불 끄고 눕기'가 몸에 배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함과 서글픔이 몰려온다. 출근 2주 만에. 그렇다고 다시 일어나서 불을 키고 뭔가를 할 의지도 의욕도 없었으므로 어둠 속에 누워 스마트폰 질. 자정이 훌쩍 넘어도 부담 없다. 1시 넘어서부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오늘(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즐겁고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없다. 일을 해야 하므로. 스마트폰 메일 도착 알람이 울린다. 월요일 오전 미팅에 대한 자료다. 참고하라면서. 금요일에도 퇴근하면서 "주말 동안 잘 생각해보세요." 라고 하더니만.
직장인의 삶이 다 그렇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유난 떨지 말아라. 온갖 논리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따져들고, 불평하고, 비난해봤자 계속 다닐 것 아니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다, 라고 말하면 할 말 없다. 굳이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입 다물고 있을 생각도 없다. 앞장서서 잘못된 것을 뒤엎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나 혼자 고매한 척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나는 끊임없이 불평할 것이다. 물론 매일 같이 누군가를 붙잡고 앉아 불평불만만 토해내겠다는 말은 아니다. 어떠한 형식의 삶에 쉽게 물들고 쉽게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체념하고 살아가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끄덕끄덕이 아닌 도리질을 치는 것만이 지금 현재 유일하게 내 존재확인을 할 수 있는 일인지도.
약 1년 만에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론 좋다. 넉넉잡아 1시간 30분의 출퇴근길에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다. 아, 매달 고정수입이 생겼다는 게 제일 좋지. 그리고... 음... 또.. 여기까지.. 일단은?
+
출근길.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점심 값. 내가 먹을 음식을 고른다는 것. 나는 사원식당이 싫어요. 걷기. 운동. 몸을 움직인다는 것. 환상의 단어 '칼퇴'. 막내가 해야 하는 설거지. 직원들이 해야 하는 청소. 야근. 노동시간
등등등. 글감 채워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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