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나와 비슷한 가치관이나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힘든 일인 듯하다.
가치관이나 취향이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서로를 알게 되는 순간은 굉장히 더디게 오는 것 같고.
물론 일반론은 아니다. 요즘의 나는 그렇게 느끼는 것.
회사란 공간에서 내 가치관과 취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힘든 건
나에게 사람,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에서, 하루 중 부딪치게 되는 직장동료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 때문인지도.
꼭 가치관과 취향이 아니더라도 어떤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사적인 친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하는 데 있어서 분명히
도움이 될 텐데 쉽지 않은 일이다. 설거지를 하는 방식부터(사실은 설거지는 '막내' '여자'가 해야 한다는 사고 방식부터) 음악 취향, 입맛까지. <인터스텔라>를 '가족애'로만 주제 요약을 해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요즘의 나는 별 거 아닌 것에 지나치게 감정이 벅차오른다. 몇 주 전, 문래동과 창성동을 만나서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감정이 벅차서 혼자 울컥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들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대해 잘은 모른다. 어쩌면 그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면 경악할지도 모른다(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 '어딘가 비슷한 구석'을 더듬어 가며 관계를 촘촘하게 이어간다는 게 놀랍다.
문래동에서 택배 왔다고 K가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아마도 내 것으로 추정되는 CD는 선데이레코드 뒤풀이 때 함께 들었던 유리 케인 바그너. 음감회 때 들었던 첼로 소리보다 바그너에 황홀해졌던 그 음반이다. 사려고 했는데 이렇게 선물로 받았다.
음악과 커피와 엽서라니 낭만적인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