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저는 희극적인 대화를 쓰는 걸 좋아해요. 재밌거든요. 하지만 모든 인물이 희극적이라면 아주 따분할 겁니다. 희극적 인물들은 제 마음에 균형추 역할을 하지요. 유머 감각이 안정감을 주니까요. 유머가 있으려면 아주 초연해야 하니까요. 진지해지면 불안정해집니다. 그게 진지함이 갖는 문제예요. 하지만 유머를 구사할 때는 안정감을 느낍니다. 미소를 지으면서 싸울 수는 없지요."
"거의 모든 소설은 일인칭으로 서술됩니다. 주인공들의 주요 임무는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거지요. 그가 봐야 하는 것과 그가 보도록 되어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합니다. 이런 표현이 허락된다면, 그는 <위대한 개츠비>의 닉 캐러웨이를 닮았어요. 그는 중립적인데,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척이나 수직적인 가족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제 대답을, 전통적 일본 문학에서 ‘가족’이 지나치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제 반응으로 간주하셔도 될 겁니다. 제 주인공을 독립적이고 절대적인 개인으로 그리고 싶어요. 도시인으로서의 위치도 이런 생각과 관계가 있지요. 제 주인공은 친밀감과 개인적인 유도보다는 자유와 고독을 선택하는 유형입니다."
"저는 세부사항을 조항해요. 톨스토이는 전체적인 묘사를 써내길 원했지요. 제 묘사는 작은 영역에 집중합니다. 우리가 작은 것의 세부 사항을 묘사할 때는 점점 더 가까이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경우와는 정반대인 상황, 즉 점점 더 비현실적이 되어가는 상황이 생기지요.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것입니다."
폴 오스터
"흥미롭게도 제가 이 작품들을 쓸 때 염두에 두었던 문학 모델은 농담입니다. 농담은 가장 순수하고 가장 본질적인 형식의 스토리텔링입니다. 모든 단어가 중요하지요."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단위는 단락이라고 여겨져요. 행은 시의 단위이고, 제게 있어선 단락이 산문에서 그것과 똑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상당히 만족할 때까지 계속해서 한 단락을 쓰고 또 씁니다. 그 단락이 적절한 모양, 적절한 균형, 적절한 음악을 얻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고쳐 씁니다. 그래서 그 단락이 투명해지고, 쉽게 쓰인 것 같고, 더 이상 ‘지어진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 때까지 고쳐 쓰지요. 한 단락을 완성하는 데 어떤 때는 하루, 어떤 때는 반나절, 어떤 때는 한 시간, 어떤 땐 3일이 걸리기도 하지요. 일단 단락이 완성되면 단락을 좀 더 잘 보기 위해 타자를 해놓지요. 그래서 각각의 책은 수고와 타자된 원고가 있답니다. 물론 나중에 타주된 원고를 들여다보면서 다시 고쳐 쓰지요."
레이먼드 카버
"아이작 디네센은 매일매일 희망도 절망도 없이 조금씩 쓴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마음에 듭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자신에게 글쓰기란 권투와 같다고 한 헤밍웨이의 글이 제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잘 돌보았지요. 포크너는 술주정뱅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었지만, 인터뷰 때마다 술을 마시면 한 줄도 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헤밍웨이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악질적인 독자는 제가 작품을 쓸 때 마약을 하지 않았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그들이 문학이나 마약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는 글을 쓰는 매 순간 절대적으로 제정신이어야 하며 건강해야 합니다. 저는 글 쓰는 행위는 희생이며, 경제적 상황이나 감정적 상태가 나쁘면 나쁠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개념의 글쓰기에 대해 강렬하게 반대합니다. 작가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학작품 창작은 좋은 건강 상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 작가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생을 사랑한 사람들입니다."
파리 리뷰 인터뷰 <작가란 무엇인가> 권승혁·김진아 옮김,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