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준비하는데 조만간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0번이 들어있는 앨범 사러 가야겠다고 한 K의 말이 생각났다. 몇 주 전, 차안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이 피아노소나타 30번.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라는데 베토벤스럽지 않은, 격정적이지 않은 잔잔한 연주가 마음에 들었다.
진작 생각났으면 참 좋으련만, 조급한 마음으로 유투브 들어갔다. 다니엘 바렌보임, 클라우디우 아라우, 아니 피셔 연주를 들어보았다. 이들 연주의 차이를 세심하게 느낄 정도의 귀도 없지만, 느낌적 느낌으로 특별히 귀에 들어오는 연주도 없었다. 다만 다니엘 바렌보임처럼 울림이 강한ㅡ풍월당 직원은 "무대를 울리는 영롱"함이라고 표현했는데ㅡ 과도한 페달 밟기가 기교처럼 느껴지는 연주는 피하고 싶었다.
풍월당에 30번 소나타가 들어있는 앨범은 폴리니, 브렌델, 빌헬름 캠프 뿐. "무대를 울리는 영롱한 연주"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직원은 에밀 길레스를 추천해주었는데 마침 씨디가 없다네. 내가 고른 세 명 모두 정직한 연주자라고('정직한 연주'는 무슨 의미일까?) 하면서 폴리니의 앨범을 추천해주었다. CD 재킷은 정말 심란하지만 연주만큼은 아름답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