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일까 저 남자는. 30대 중후반일까, 40대 초반일까. 잠바의 지퍼를 목까지 채운 뒤 최대한 끌어올려 입과 코를 가리고
있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얼핏 보이는 얼굴과 목소리와 옷 스타일로 어림짐작을 해본다. 사실 길가다 지나친 남자의
나이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럼에도 궁금했다. 아름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물들이 밀집한 이 삭막한 동네 한 가운데에서, 출퇴근시과 점심시간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생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동네에, 하필이면 오가는 사람들이 가장 적은 길 끄트머리에서 왜 저 남자는 그림액자를 팔고 있는 건지.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온 걸까. 아니,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당연히 자신의 그림을 팔러 온 건 아니다. 풍경화, 꽃 정물화, 추상화… 열 점 남짓한 그림 모두 제각각인데다 조악하기 그지없다. 모든 그림에 일괄 적용된 한 뼘은 될 것 금색의 액자는 또 어떻고. 간간히 점심 먹으러 가는 사람들이 오가는 좁은 인도 위에 그림을 세워놓고, 남자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반경 2m 내에 있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사무실에 걸어놓기 좋은 그림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