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토요일
자라섬에서 출발하여 신매대교 찍고 돌아오는 코스로 약 60km 달릴 예정이었으나, 이상하게 다들 피곤모드였던 지라
애니메이션센터까지 달렸다. 강과 나란히 너른 땅을 달릴 수 있어서 좋았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은 흐렸다.
공사 중인 다리 하나 건너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첫 추격신에 나온 장소로 착각할 뻔한 터널을 건너편에서 바라보며 달리고,
의암댐 지나 애니메이션센터에 도착했다. 내 이름은 캔디와 뾰로롱 꼬마마녀 주제곡을 들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흡입했다. 약 6초 정도 추억돋기도 했지만 소음공해다. 도대체 이런 음악을 왜 틀어주는 걸까.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신매대교 가기 전 의암호 위에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은 자전거 길이 있다. 나와 K는 운치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춘천 문학공원(자전거길 따라 달리다 보면 이런 괴이한 곳을 자주 만나게 된다)을 지나 나무데크 따라 의암호
위를 기분 좋게 달리고 돌아왔다.
작년에 생기원 본원 앞 낚시터에서 저 물 위에 동동 컨테이너를 처음 봤다. 누가 저런 데서 낚시를 할까, 괴상하고 웃기기도 했는데 검색해보니 꽤 많은 낚시꾼들이 이용하는 것이었다. '좌대 낚시'라 불린다고. 물 위에 컨테이너 동동 띄우고 낚시 하다가 방에 들어가 잠도 자고 볼일도 보고. 수상가옥이 따로 없네. 재밌는 공간이긴 한데.
자라섬으로 다시 돌아와 마트에 들러 즉석으로(?) 고기를 사고, 불판을 사서 캠핑장에서 구워 먹었다.
한국의 '오토 캠핑'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실제로 들어와 보니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들 왜 비싼 캠핑 용품 사서 주차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캠핑장 '관리'가 힘들다는데. 한국에서 캠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부랴부랴 고기 구워먹고 속전속결 짐을 챙겨 강가로 갔다. 오토캠핑장에서 밥을 먹은 건 화장실 때문인데.
용장승멸, 현오덕, 장준멸은 들은 돈을 모아 간이화장실을 살 것인가.
사실 이날은 현오덕의 카약을 타기 위해 자라섬에 갔고, 자전거를 탔고, 고기를 구워먹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 대망의 무언가를 위해 먼저 해치워야만 하는 일을 한 듯한. 10분, 2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조립은 거진 한시간을 잡아먹었고, 해가 저물고 있기에 우리는 다급하게 번갈아가며 카약을 탔다. 나는 춥고, 물에 젖는 것도 싫어 다음으로 미루려다가 도전.
해는 기울어 어둑어둑해졌다. 허벅지 근육을 쓰며 균형 잡기는 무척 힘들었고. 좌우로 요란하게 흔들리는 카약 위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강물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계속 잡고 있죠? 뒤 안 놨죠?”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꼬마처럼 거듭 확인하며. 바지를 걷어 올린 현오덕이 물속으로 더 들어갈 수 없는 그 지점까지만 노를 저으며 강가를 맴돌았다.
K 역시 카약을 처음 타보았는데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잘 탔다. 슈퍼마리오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