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본여행, 큰맘 먹고 신칸센 체험을 하기로 했다. 도쿄에서 교토로 가는 신칸센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에키벤과 

시원한 캔맥주를 먹기. 완벽한 신칸센 체험을 위해 전날 미리 시나가와역 신칸센 탑승하는 곳에 있는 물품보관함에 트렁크를 넣어두었다.다음, 마지막으로 도쿄 시내 곳곳을 브롬튼 타고 돌아다니다가 시나가와 역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전날 트렁크 넣어둔 물품보관함 위치를 못찾겠더라. 전날은 지하철 타고 환승구간 따라 이동했는데 브롬튼 타고 정반대로 추정되는 입구로 들어왔더니 완전히 새로운 세상. 일본 지하철역들은 무척 넓기도 하고. 역무원들에게 전후사정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할 정도의 영어실력은 안되고, 물론 그들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몇 십분을 헤매가다 가까스로 발견했다. 덕분에 맛좋은 

에키벤 탐색계획은 물 건너가고, 코앞에 있는 가게에서 그야말로 아무거나 골라 계산하고, 신칸센 간신히 탑승했다. 

고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티켓에 나와 있는 지정석은 우리가 올라탄 열차 칸에서 정반대. 트렁크와 브롬튼 가방을 끌고 

신칸센 안에서 몇분동안 이동한 건지.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해는 이미 뉘엿뉘엿 기울고 있어서(일본은 한국보다 해가 빨리 진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니) 차창 밖 어둠과 교토 지도만 번갈아 보며 갔다. 

 

신칸센과 에키벤을 생각하면 아쉬움만 가득한데, 신칸센과 에키벤에 관한 만화책이라니

하지만 이 책은 제목만 <에키벤>이지, 사실은 철도 덕후를 위한 책인 듯하다. 철도와 열차의 역사와 종류는 아주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으나, 그에 비하면 에키벤은 각 역에서 유명한 에키벤과 종류, 가격, 구성을 보여주는 그림 한 컷 정도가 전부. 

도시락과 그 맛에 대한 표현들도 시원찮다.

 

  찐~ 우아아~ 오오!

  와아~ 귀엽다!

  예쁘다~ 고급스럽네~

  크~~ 맵지만 맛있어~~~

  새콤달콤하니 딱 맛있네.

  조화가 굉장해. ~ 과연!

  맛있겠다~ 맛있어 보인다~



+ 흥미로웠던 것

에키벤에 '그냥 쌀밥'은 거의 없다. 반찬으로 쓴 재료를 육수로 해 밥을 지었다. '구운 은어 국물로 지은 영양밥'이 굉장히 

궁금한데얼마전 금태를 굽고 나온 기름국물을 보니… 그다지 시도해보고 싶진 않았다.

 

  구운 은어 국물로 지은 영양밥. (신야츠 시로역 은어삼대 도시락)

  간장을 섞어 지은밥 (히토요시역 밤밥)

  닭뼈를 우려낸 스프로 지은 밥

  붕장어 육수로 지은 밥(쿠야마역 붕장어 두시락)

 


+ 만들어 먹고 싶었던 것

쿠카모토역 영주님 도시락에 나오는 빙글빙글 쪽파

쪽파를 뿌리부터 빙글빙글 말아서 초된장에 찍어 먹는데 그 조화가 굉장하단다.

역시나 표현에 매혹되진 않지만 요즘처럼 입맛 없는 때에 반찬으로 괜찮겠다.

 


+

역간 거리는 최단 200미터. 버스만큼 편리한 노선의 경영방침은

역은 만들어도 건물에 돈을 쓰지 않는 것.

 


+

정말 좋은 서비스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6시 30분 출발 기차세요. 이런 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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