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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보았나. 전설 속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 이 진귀한 차는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것처럼 나를 이 다방 저 다방

기웃거리게 만들었다. 주로 아직까지 '커피숍', '찻집'으로 불리는 곳이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문한 쌍화차에 잣 몇 알만 

동동 떠있을 때에 나는 얼마나 실망했던가. 퍽 기대하게 만들었던 콩밭 아낙네도 노른자 띄운 쌍화차는 취향에 맞지 않는다 

하였고.

편의점에서 1000원 짜리 광동 쌍화탕을 사서 직접 노른자를 띄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K는 나에게 을지다방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아침에 다방에 가면 노른자 띄운 다방커피를 내어주던 시절도 있었단다. 똑같은 계란 노른자를 띄운 차인데 

노른자 동동 다방커피는 왜 조금도 끌리지 않는 건지. 마침 을지로역 근처에 볼일이 있던 터라 을지다방에 가보기로 했다. 

아주 진-한 쌍화차 위에 탱글탱글 노오란 노른자만 동동 떠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쌍화 시리얼도 아니고. 

마시지 못하고 계속 티스푼으로 떠먹었다. 게다가 설탕을 들이부으셨는지 너무 달았고. 

노른자 동동 쌍화차는 전설 속의 존재로 남겨두었어야 했나. 




2

"우주생활은 실제로 우주선 타고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생활이 아니라 지구 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들도 우주적 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인식, 그 인식을 더 넓히고 깊이 있게 하기 위해 공부하는 생활이다. 그러면서 우주 개발이나 우주여행에 대한 환상을 거꾸로 깨져나간다.

 

 숭배할 필요도 없지만 부정해서도 안 되는 것이 과학의 힘이다. 우주생활은 숭배하고 신화화하는 생활이 아니라 따지고 공부하는 생활이다. 달착륙선의 매뉴얼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구조로 달에 갔다 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재료는 뭐고 구조는 뭘까, 이 정도 연료로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탑재된 식수는 충분할까, 우주인들의 생활공간이 아주 좁은데 이런 데서 어떻게 8일을 버텼을까, NASA는 우주인들이 협소한 공간에서 심리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도록 어떤 훈련을 시켰을까 등등을 궁금해 해 하고 스스로 따져보거나 전문가에게 물어보면서 논증을 해보는 것이 우주생활이자 과학생활이다.

 

 우주생활이란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우주시대에 맞는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 이영준

 

 

일민미술관에서 만족스러운 우주생활을 하고 돌아왔다.

우주인들은 지구의 외딴곳에 불시착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몇주일을 생존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워싱턴주에서 사막생존훈련을 받고 있는 우주인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더는 지구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인간은 을 안고 우주로 떠났다. 지구에 대한 감각을 우주에서도 느끼기 위해

우주시대 감각이란 어쩌면 우리에게 불시착한 어떤 사고에 대해,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지녀야할 

생존감각인지도 모르겠다




"호기와 논리력으로 따져보는 것"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듯이 뭔가 신기한 성과를 내는 식으로 융합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이 기이한 치밀함 속에서 만나는 아이러니 속에서 융합한다."


지금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 때문에 '융합'이란 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 오용하고 남발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융합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풀어내려고 애쓰고 있는데, 기획자 이영준 씨의 전시 서문도 저 글도 맘에 든다.

'융합'은 어떠한 성과를 내기 위한 해결책도, 성과 그 자체도 아니다. 계속해서 시도하는 행위, '호기와 논리력으로 따져보는' 

행위 속에서 나타난다. '우연과 필연이 기이한 치밀함 속에서 만나는 아이러니' 융합에 대한 얼마나 유쾌한 정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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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식당에서 점심 먹고 일민미술관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고 보게된 루이비통 시리즈 2 전시. 2015 봄·여름 컬렉션 콘셉트 

전시인줄 알았는데 플러스 장인들이 가방, 구두, 옷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그리고 가방 만드는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2층에서는 실제 액세서리들을 볼 수 있는데 제작 시연만큼 흥미롭진 않았지만 갤러리에서 빠져나오기 직전 발견한, 

제작 시연할 때 만들고 있던 '쁘띠드 말' 가방은 정말 멋졌다. 

루이비통 시그니처 들어간 가방은 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마음에 쏙 드는구나.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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