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친구 학교에 놀러가 수업 끝나길 기다리며 도서관 구경을 하는데 예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짧은 소설 제목이 눈에 띄더라구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너무 뻔한 말이야, 뭐 이런 살짝 삐뚤어진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다른 책을 보기 위해 몸을 틀었는데 바로 맞은 편 책꽂이의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질문에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답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마르케스의 자서전 제목이어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왜 사는가.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그렇다면 왜 이야기 하는가, 조지오웰의 에세이 제목처럼 <나는 왜 쓰는가> 라는 질문으로 연결되겠죠. 은유샘 글을 읽고 생각나 조지 오웰의 글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문학에 대한 나의 포부는 내가 외톨이이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과 뒤섞인 것이었다. 나는 내게 말을 다루는 재주와 불쾌한 사실들을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능력 덕분에 나는 나만의 비밀스런 사적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로 들어가 내가 일상의 삶에서 겪은 실패들에 보복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세 아이의 중간에서 자란, 상상의 인물들과 대화하는 외로운 버릇을 갖고 있었다는 조지오웰에겐 '외로움'이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시작이었지요.



2012 《글쓰기 최전선 첫 번째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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