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이 생겨 한 10년 만에 도서전에 갔다. 어렸을 땐 엄마 손잡고 신나게 책 구경 했던 기억이 있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예상은 했지만 아아, 이 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 이 촌스러운 부스들. 제일 궁금했던 초대국 부스는 한없이 초라하고 볼 것도 없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건 역시 몇몇 대형출판사 부스들뿐.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캐리어까지 끌고 온 사람들을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여러 출판사의 책을 한 자리에서,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좋은 날이겠구나 싶지만.

도서전이 오로지 책을 싸게 팔기 위해 열린 것은 아니지 않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과 종이 책의 미래를 걱정할 게 아니라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이야기해야할 때가 아닐까? 싼 가격에 책을 많이 팔고, 사람들 우르르 몰린다고 뭐가 달라질까? 책을 싸게 팔기 위한 전시뿐이라면 그 자리가 '도서'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공식적으로 욕 덜먹고 재고 처리할 수 있는 행사가 도서전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덕분에 나도 책 몇 권 '싸게' 구입했다. 



   문학동네 시인선 기념 자선 시집 <영원한 귓속말>

   열린책들, 폴 오스터 <스퀴즈 플레이>

   미메시스, 바스티앙 비베스 <내 눈 안의 너>

   미메시스, 브레흐트 에번스 <예술 애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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