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 손톱이 꼴 보기 싫어졌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뭐가 좀 돋아났다 싶으면 몇 시간 뒤, 몇 분 뒤 기어이 뜯어내고 말았다. 손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살들을 자기들끼 똘똘 뭉쳐 단단해져갔다. 날이 차가워지면서 온몸에 건조주의보 경보가 울리더니 굳은살은 트기 시작했고, 큐티클은 평소보다 활개를 쳤다. 게다가 K가 못생긴 건 둘째치고 지저분하기까지 한 내 손을 쳐다보고 있는 게 무지 부끄러워졌다. 큰 결심하고 오랜만에 손톱에 색을 칠했다. 약 삼십 분 가량 모르는 사람과 마주 보고 앉아 러닝맨 따위를 본 뒤, 손을 고정시킨 채 찝찝한 분자를 품은 듯한 찬 바람을 맞으며 15분 가량 온전히 멍 때리는 것도 무엇도 보고 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보내야 하는 고난을 견뎌낸 것이다.
기분도 꿀꿀하기에 명랑명랑하면서 너무 튀지 않고, 무슨 옷을 입든 잘 어울리는 색을 칠하고 싶었는데... 그런 색은 과연 무엇인가. 기껏 골라서 테스트하고 나면 채도가 좀 더 낮은 걸 찾게 되고, 그러고 나면 늘... 어김없이... 이런 색이다.
아직 도시의 때를 덜 탄 비둘기 색? 데자와에 보라색 물감을 섞은?
다른 때는 깔끔하게 다듬은 손톱을 보며 꽤 흡족해했는데, 이번엔 영 기분이 나지 않는 게 색 때문인듯. 그리고 손톱이 짧으면 아무리 깔끔해진들 뭔 색을 칠해도 안 예쁘다. 아니, 이건 그냥 원판 불변의 법칙인가. 무슨 짓을 해도 내 손은 못생겼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