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화자 닉 캐러웨이.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이 책의 다른 인물들보다 꽤 괜찮은 인물로 그려지지만 나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자 한다. 닉은 중서부 지역에서 꽤 이름 있고, 부유한 가문 출신이다. 스스로 말하듯 그는 그것에 대해 꽤 자부심을 느꼈고, 그런 그가 경제적으로 황금기를 누리고 있던 동부사회로 옮겨 온 것은 그곳 주류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당시 사회 속에 섞이지 못하고 언제나 한 발자국 떨어져 외부자의 시선으로 자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다. 지극히 중립적인 것인가, 단순한 방관자일 뿐인가.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에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고, 그 때문에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자주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에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사람들에게 적잖이 시달려야 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에게 그런 특성이 나타나면 재빨리 알아차리고 달라붙게 마련이다.



‘판단’이란, 개개인의 사실이나 의문에 대하여 단정하는 작용이다.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누군가를 대할 때 편견을 버리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판단 유보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작용한다면? 그것은 공평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누군가의 인생에 너무 깊이 관여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들을 알고 있었다. 엘리트코스를 밟아 온, 나름의 도덕적 소신을 가진 닉은 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도 그들과 같아짐을 경계하며 겉돌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이 세계가 제복을 차려입고 있기를, 말하자면 영원히 ‘도덕적인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기를 바랐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특권을 지닌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오만하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도덕적 타락과 무책임하게 그려지는 개츠비, 톰과 데이지, 조던 베이커 그리고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닉 캐러웨이는 과연 도덕적으로 올바른 인물인가? 톰과 개츠비, 데이지와 조던과 나는 모두 서부 출신이었고, 어쩌면 우리는 왠지 동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어떤 결함을 공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덕적 우월감? 닉은 톰이 자신의 내연녀를 소개할 때도 닉은 함께 어울릴 뿐, 그들에게 어떤 도덕적인 책임도 묻지 않는다. 톰은 자신의 가족인 사촌 동생 데이지의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에도 기꺼이 도움을 준다. 개츠비의 인간적인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데이지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그의 확실한 도덕적 신념, ‘도덕적 차렷 자세’를 말하는 그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이것은 데이지의 친구인 프로 골퍼 조던 베이커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굉장히 매력적인 운동선수로 그려지는 그녀 또한 도덕적으로는 매우 타락하고 무책임한 인물이다. 승부를 위해 대회에서 점수 조작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머틀의 교통사고가 자신의 친구들과 연루된 일임을 알고 난 뒤에도 배가 고프니 식사를 하자며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녀를 경멸하고 헤어지는 닉이지만 그 헤어지는 마지막 만남에서도 그녀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으며 몹시 후회도 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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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파이널,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에세이 쓰기 전 초고. 완성된 글은 어디 있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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